본문 바로가기
영화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

by 공대출신글작가 2023. 2. 8.
반응형

 

다른 시간, 같은 운명의 세 여인의 이야기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주인공 버지니아는 남편 레너드에게 편지를 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강가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 후 영화는 버지니아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으로 돌아가 그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려주기 위해 1920년대의 그녀의 삶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심한 우울증으로 먹지도 못하고 항상 눈물만 흘리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걱정되고 버지니아는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의 친언니가 찾아왔고 언니의 딸, 그녀의 조카가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이 죽은 새는 너무 평화로워 보여요.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을 받은 버지니아는 눈물을 흘리며 새 곁으로 다가가 누우면서 죽은 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킵니다.

그리고 영화는 갑자기 1950년대를 살아가는 로라라는 사람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버지니아의 소설 ‘델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식구는 매우 화목한 가정으로, 다정한 남편과 두 아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로라는 어두워 보입니다. 어느날 그녀의 친구 키티가 찾아오고 키티는 불임수술을 했다고 울면서 고백합니다. 함께 슬퍼해주던 그녀는 갑자기 키티에게 입을 맞춥니다. 로라는 남편이 아니라 키티를 사랑했던 것이었습니다. 키티는 일어나 그 길로 집을 떠났고 홀로 남겨진 로라는 자신이 모든 걸 망쳤다는 생각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집 밖을 나서게 됩니다. 아들을 다른 곳에 맡기고 자신은 몰래 죽으려던 찰나, 버지니아의 소설을 다시 읽고 그녀는 용기를 얻어 살아가게 됩니다. 또다시 시간을 뛰어넘어 2001년 뉴욕, 클라리사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친구 리처드의 문학상 수상 파티 준비를 위해 리처드의 집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리처드는 에이즈 환자였고 문학상 수상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를 한참 달래주고 집으로 돌아온 뒤 그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리처드 역시 마찬가지로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시 1920년대 버지니아로 돌아와 그녀는 외출금지 약속을 어기고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그녀의 남편은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를 찾아나섰고 둘은 말다툼을 하고 결국 버지니아는 런던으로 떠나게 됩니다. 1950년대, 로라는 자신의 아들을 찾아 나서게 되고 아들을 집에 데려옵니다. 버지니아의 소설을 읽고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은 로라는 가족과 함께하는 대신 가족 곁을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떠나는 뒷모습을 그녀의 아들 리처드가 외쳐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네, 맞습니다. 로라의 아들 리처드가 바로 2001년 뉴욕에서의 에이즈 환자 리처드입니다. 리처드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합니다. 다시 영화는 로라가 그녀의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 밤으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키티를 다시 볼 수 없을까봐 두려워합니다. 다시 2001년, 클라리사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바로 리처드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그의 어머니 로라였습니다. 로라는 클라리사에게 자신과 자신의 아들 리처드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자신은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로라의 이야기를 들은 후, 클라리사는 더 이상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영화는 버지니아가 그녀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주며 끝이 납니다.

‘우린 언제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뒤에야 삶을 놓아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한 그 세월들을 말입니다.’

 

우리가 가끔 삶의 무게가 버겁다고 느껴질 때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는 각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세 여인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 여인은 버지니아의 소설 ‘델러웨이 부인’과 연관이 깊습니다. 소설 속 델러웨이 부인도 겉보기에 모자랄 것이 없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첫사랑과 결혼에 실패하고 대신 침착하고 안정적인 남편을 만나 살아왔습니다. 그녀 역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에 안주해왔기에, 결핍과 갈망이 있었고 그 당시 전쟁으로 인한 PTSD를 가진 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델러웨이 부인은 마침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들 역시 델러웨이 부인처럼 자신이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다고 생각해 끝내 버지니아처럼 목숨을 끊으려고 했습니다. 1900년대 초중반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때가 되면 적당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던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고찰하고 그 정형화된 삶을 거부하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예전에 비하면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하루하루 그저 시간을 보내며 의미 없는 세월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세 여인의 하루를 각각 보여주며 그녀들이 주체적인 삶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살아라고 격려하는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디 아워스’ 였습니다.

런던으로 떠나는 버지니아 부인

반응형

댓글